유관기관&회원사

  • Home
  • 협회소식
  • 유관기관&회원사

예절과 배려 … 영국 신사를 키운다

페이지 정보

8,625   2013.11.29 16:24

본문

선진국의 인성교육 현장 ① 영국
기숙학교 럿그러브 스쿨

목공도 가르치고 영국 럿그러브 스쿨 학생들이 학교 작업실에서 목공 수업을 받고 있다. 이곳은 교과 외에 다양한 활동을 통해 재능을 발견하게 한다. [사진 럿그러브 스쿨]

지난 1일 오후 영국 런던 서쪽의 버크셔주 워킹엄에 자리잡은 럿그러브(Ludgrove) 스쿨. 목공실 안에서 7학년(한국의 초등학교 5학년에 해당) 학생 10여 명이 수업 중이었다. 학생들은 앞치마를 두른 채 톱으로 목재를 자르거나 드릴로 구멍을 뚫는 데 열중했다.13231718.html?ctg=12010

 학교 측의 안내를 받아 안으로 들어간 순간 학생들이 하나같이 동작을 멈추고 차렷 자세를 취했다. “한국 언론에서 취재를 왔다. 하던 일을 계속 하라”는 교사의 설명을 듣고서야 학생들은 다시 작업을 시작했다. 학교 홍보담당자인 클레어 롱필드는 “교사뿐 아니라 학교를 방문한 어른을 보면 예의를 갖추도록 가르친 덕분에 자연스럽게 밴 습관”이라고 말했다.

윌리엄 왕세손, 해리 왕자도 졸업

 앞서 이날 정오쯤 식사 시간을 알리는 종이 울리자 학생들이 삼삼오오 구내식당으로 들어왔다. 이들은 제각기 자리를 잡고 감사 기도와 음식 배식이 끝나기를 기다렸다. 식탁마다 학생 9명과 교사 한 명이 앉는데 교사가 직접 접시에 음식을 담아줬다. 떠들거나 소란을 피우는 학생은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학생마다 자기 자리가 정해져 있고, 학기마다 새로 배정된다고 한다. 식당 벽면엔 1892년 개교 이래 이 학교를 졸업한 학생들 이름이 빼곡하게 걸려 있었다. 이곳은 8세부터 13세까지의 남학생 185명이 24시간 함께 생활하는 사립 명문 기숙학교다. 대부분 영국 명문가 자제들로 영국 왕실의 윌리엄(31) 왕세손과 해리(28) 왕자도 이 학교를 나왔다. 영국 여왕 엘리자베스 2세가 이따금 머무르는 윈저성에서 멀지 않고 숲과 목장에 둘러싸여 있어 자연환경이 수려하다.

 입학 전에 자기 집에서 독방을 쓰던 아이들은 여기에선 다른 학생들과 방을 공유한다. 모두 25개인데 적게는 3명, 많게는 9명이 같은 방을 쓴다. 오전 7시15분에 기상해 오후 8시15분(고학년은 9시15분) 취침할 때까지 학생들은 엄격한 규율 속에서 생활한다. 졸업생 대부분이 이튼·해로 등 사립 명문고에 진학하지만 부모들이 이 학교에 자녀를 보내는 건 학업 성취보다도 인성교육을 위해서다.

 사이먼 바버 교장은 “기숙학교라고 해서 여타 학교보다 수업을 많이 하는 것은 법에 저촉된다”며 “기숙생활을 통해 타인에 대한 존중·배려 등을 익힐 수 있기 때문에 부모들이 자녀를 보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매일 통학하는 학교에 비해 급우들과 더 많이 어울릴 수 있고, 그런 가운데 타인을 제대로 대하는 법을 배우게 된다는 것이다.

 매년 45명 정도가 입학하는데 학생 아버지가 이 학교 졸업생인 경우가 많다. 별도의 입학시험 없이 사전 신청을 받아 입학생을 확정한다. 아들이 태어나자마자 신청을 하는 가정도 있을 정도다. 내년과 내후년 신입생은 거의 정해진 상태라고 한다.

다양한 학생과 함께하는 삶 교육

밥상머리 교육 럿그러브 스쿨 안 식당에서 교사가 학생들에게 음식을 나눠 주고 있다. 식탁별로 교사 1명과 학생 9명이 함께 앉는데 학생마다 자기 자리가 정해져 있다. 식사가 끝날 때까지 정숙한 분위기가 유지된다. [사진 럿그러브 스쿨]

 방 배정은 학기마다 이뤄지는데 교사들이 몇 시간씩 고심해 결정한다. 함께 방을 쓰고 싶은 급우 이름을 학생들로부터 받긴 하지만 다양한 학생이 고루 섞이도록 배려한다. 방별로 가장 나이 많고 책임감 강한 학생이 ‘방 모니터’를 맡아 맏형 역할을 맡는다.

 이 학교에선 스마트폰·전자기기의 반입을 금지한다. 어린 학생들의 창의성을 막고, 학생들 간의 소통을 방해한다는 판단에서다. 부모와의 통화는 교사와 상의해 쉬는 시간 혹은 방과 후에 유선전화로 할 수 있다. 격주 주말마다 집에 다녀올 때를 제외하곤 학교 안에서만 생활한다.

 하지만 학생들이 심심할 일은 없다. 수영·농구·크리켓·테니스 등 다양한 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여건에서 생활하기 때문이다. 주말엔 예배, 부모님께 편지 쓰기 등을 제외하곤 자유시간이다. 교사들은 순번으로 기숙사에 머무르며 학생들에게 책을 읽어주거나 함께 스포츠를 한다. 럿그러브와 같은 기숙학교들은 규율을 강조함과 동시에 다양한 활동을 통해 학생들이 인성을 기르도록 독려한다. 바버 교장은 “어떤 학생이 연기에 재능을 보인다면 그는 그 분야에 대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모든 생활에 긍정적으로 임하고 다른 학생들을 존중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대우받고 싶은 대로 남을 대하라”

 럿그러브가 특히 중요하게 여기는 인성 덕목은 친절과 배려다. 학생들은 자신이 대우받길 원하는 방식으로 다른 학생을 대하도록 교육받는다. 교사뿐 아니라 학교에서 근무하는 어른 모두에게 엄격히 예절을 지키도록 학교는 강조한다. 학생들이 이런 교육을 받아야 사회에 나가서도 자연스럽게 예의를 갖추게 된다는 것이다.

 학생들의 만족도는 높다. 목공실에서 만난 한 7학년 학생은 “함께 먹고 자면서 생활하니 급우들과 친해질 수밖에 없고 진정한 친구를 만나게 된다”고 말했다. 학생은 자기 이름을 밝혔지만 학교 측은 “특정한 학생이 부각되지 않았으면 한다”며 익명 처리를 요청했다.

 바버 교장은 “행복감을 느끼고 매사에 최선을 다하는 학생들이 학업 성취에서도 높은 성과를 보인다”며 “영국의 기숙학교들은 인성과 지성을 모두 갖추도록 학생들을 가르친다”고 말했다.

버크셔(영국)=성시윤 기자 
@joongang.co.kr>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